뮤지컬 시스터 액트 <SISTER ACT>
오랜만에 내한 뮤지컬을 보았다. 시스터 액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우피 골드버그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1992년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영화 '시스터 액트'의 동명 뮤지컬이다. 우피 골드버그는 시스터 액트가 대박 나면서 엄청난 스타덤에 오른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의 뮤지컬은 2006년 초연 이후 18년 동안 전 세계에서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이라고 한다. 2017년에 한국내한 이후 6년 만이라고 한다.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뮤지컬을 본다면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을 가장 선호한다. 일단 아담하고 편안한 분위기이며, 계단식 좌석의 층이 높아 앞의 사람의 머리에 무대가 잘 가려지지 않는다. 부산의 문화회관이나 드림씨어터 같은 경우는 앞에 앉은키가 좀 크거나 덩치가 좀 큰 사람이 앉으면 그 머리만큼 무대가 가려지는 불편함이 있다. 비싼 돈 주고 보는데 앞자리에 머리가 크거나 앉은키 큰 사람이 앉으면 억울하다. 4열에 앉았다. 똑같은 4열이라도 개인적으로는 음향도 소향씨어터가 드림씨어터보다 더 잘 들리는 것 같다.
믿고 듣는 알란 멘켄 (Alan Menken)
시스터 액트 뮤지컬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알란 멘켄 작곡이라는 말에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었다. 알란 멘켄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유명한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푼젤>, <포카혼타스> 등 지금까지 40개의 넘는 작품을 만든 미국 출신 거장이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알란 멘켄이 처음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절반의 음악을 폐기해야 할 만큼 힘든 제작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알란 멘켄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https://www.alanmenken.com 에 가면 그의 작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시스터 액트 내용
얼핏 보면 수녀들의 이야기 같지만 그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깊다. 클럽에서 3류 가수로 일하는 들로리스는 우연히 조폭의 범죄현장을 목격한다. 그때부터 목숨이 위험해진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증인 될 것을 약속하고 보호를 받기로 한다. 경찰은 아무도 찾지 않을 장소를 구하는데, 그것이 바로 수녀원. 이곳에 들로리스를 숨긴다. 한편 수녀원에 성가대가 있는데 들로리스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지루하고 무기력한 성가대는 완전 힙하게 탈바꿈한다. 그렇게 하면서 팔릴뻔한 교회도 다시 살아나게 된다. 하지만 들로리스가 너무 유명해지자 그녀의 위장이 들통이 나고 TV에 그녀의 얼굴이 나오면서 조폭이 들로리스의 숨어 있는 수녀원을 알게 된다. 조폭들이 수녀원에 찾아오고 죽이려고 하지만, 들로리스와 함께 한 수녀들이 그녀를 지킨다. 조폭은 결국 체포되고 들로리스는 큰 공연을 수녀들과 함께 행복하게 한다.
관전 포인트
1. 곳곳에 있는 유머 포인트
한마디로 코메디 소재답게 웃긴 포인트가 많다. 물론 영어식 말장난도 많지만, 기가 막히게 잘 번역을 했다. 미국식 조크가 그다지 어색하지 않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웃는 포인트도 많다. 수녀들의 금욕적인 생활을 풍자하는 노래에서는 내내 웃음이 난다.
2. 화려한 조명과 의상
수녀들의 그 까만 옷만 나오지 않는다. 들로리스가 성가대를 변신시킨 이후부터 나오는 화려한 의상과 클럽을 연상시키는 미러볼 등 눈을 굉장히 즐겁게 한다. 무대세팅도 화려하다.
3. 요즘 단어 가득한 재치있는 자막
내한 공연을 보다 보면 자막을 보게 된다. 때로는 자막을 보는 것이 내용을 몰입을 방해할 때도 많다. 하지만 시스터 액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요즘 세대의 단어와 한국 슬랭이 굉장히 많이 나와 코미디 느낌을 물씬 더해준다.
'쩔다', '찢다', '프로 예수쟁이', '리스펙', '방뎅이' , '애블바리' 등등 자막을 보면 기가 막히게 웃기게 잘 번역을 했다.
4. 대박 커튼콜
이번 내한 뮤지컬은 정말 현지 관객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유쾌하고 재미있는 배우들의 인사가 끝나고, 주인공 들로리스와 원장수녀만이 무대에 남게 되었다. 노래가 나오는데 관객들이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스터 언제나...'라고 하며 한국말로 노래를 했다. 내 앞에 앉아 있던 여자들도 눈물을 훌쩍이고 감동받은 관객들은 모두 엄청나게 환호했다. 서로 너무 이해하지 못했다가 서로를 이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들로리스와 원장수녀가 함께 한국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한국말 노래는 엄청 감동적이었다. 외국 배우들이 영어로 연기하다가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이렇게 감동적일까. 뭔가 대접받는 느낌! 모국어로 듣는 음악은 이런 느낌을 준다.
캐스팅
인상 깊었던 2명만 소개한다.
주인공 들로리스 반 카티에를 맡은 배우 니콜 바네사 올티즈의 톡톡 튀고 소울풀한 목소리와, 행복해하는 표정이 생생하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배우이고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이. 들로리스는 뮤지컬이 끝나갈수록 이뻐지는 것 같다. 모든 수녀들의 얼굴이 다 그랬다.
또한 메리 로버트를 맡은 김소향씨가 인상 깊었다. 견습 수녀로 막내인데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누구보다도 더 용감하고 열정적인 수녀로 바뀐다. 음악을 통해서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그 과정이 볼만하다. 정말 중요하고도 주축인 롤이다. 가냘프고 여리여리한 체격에서 뒤로 갈수록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신기하게 내한 공연인데 총 6명의 한국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관람후기 총평
커튼이 닫히고 모든 배우들이 퇴장을 했는데도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음악 연주를 듣고 있었다. 음악 연주가 곧이어 끝나자 모두 큰 박수를 치고 자리를 떠났다. 이것만 봐도 관객들이 얼마나 뮤지컬을 즐겼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재밌고 유쾌했고 감동적이었다. 영어공연이었지만 자막이 거슬리지 않았고, 눈과 귀가 즐거웠다. 맘마미아 이후로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게 본 뮤지컬 같았다.
주인공 들로리스가 원장 수녀에게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너희 수녀들이 마지막에 차를 뿌셔가지고~하면서 대단했다고 칭찬을 한다. 외국이었다면 정말 큰 웃음이 터졌을 장면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 왕팬인 나는 그 부분이 재미있었다. 생각해 보니 사운드 오브 뮤직과 여러모로 오버랩이 된다. 노래하는 수녀들이 나온다는 것, 무기력하고 재미없는 인생에 들어와 음악으로 그들을 바꾼 주인공들, 철없어 보이지만 순수함과 열정으로 상대를 변화시키는 주인공, 시련과 꿈을 같이 품고 사는 주인공, 쫓기는 신세가 되는 주인공, 음악으로 서로 가까워지고 이해하게 된다는 점 등 많은 면에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연상된다.
추천한다. 뮤지컬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사람도 뮤지컬을 좋아하게 될 작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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